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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율이 40%에 달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국내 환자가 지난 20일 처음 확진됐다. 21일에는 첫 감염자를 간호하던 부인에 이어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가 세 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바레인에서 입국한 68세 남성 1명이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로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남성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바레인에 체류하다 4일 카타르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지만 7일 뒤인 지난 11일부터 발열·기침 증상이 나타나 3개 병원에서 외래·입원 진료를 받았다. 이 환자의 부인도 호흡기 진상이 있어 유전자 진단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또한 최초 확진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2인실 병실을 같이 쓴 고령 환자(76·남)도 유전자진단 검사 결과 3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 전염성은 낮지만, 치료약이 없고 치명적이다. 이 바이러스와 관련된 ‘5가지 사실’을 연합뉴스가 미국 NBC방송을 인용해 정리했다.

현미경에서 관찰된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모습.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연합뉴스


‘신종’ 질환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 MERS)은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최근 들어 확산 속도가 주춤하지만, 발병 사례 보고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을 일이키는 바이러스인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 corona virus)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 SARS)의 먼 친척뻘이다.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며 8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하지만, 더 치명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렸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로 명명됐다.

‘치명적’이다

2012년 처음 발견된 이후 23개 국가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465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40.7%나 된다.감염자의 97%가 중동 지역에서 발생했다. 병에 걸리면 약 2~14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증세를 보인다. 심하면 폐 기능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떨어져 사망에 이른다.

‘치료약’이 없다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병의 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치료약이나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인터페론 등 다른 약을 처방한다. 병원에서는 환자 각자의 면역력으로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전염성’이 약하다

치사율이 높긴 하지만 전염성은 다른 전염병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전염성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풍토병 수준의 질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감염된 사람들의 역학 조사 결과 아주 가깝고 오래 접촉한 사람들끼리만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이 비행기를 탄 정도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파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발병 원인은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됐다는 주장이 가장 일반적이다. 낙타 시장 또는 낙타 농장을 방문하거나 낙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낙타와 접촉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하지만 낙타와 전혀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될 수 있다. 첫 국내 확진환자는 4월 중순부터 바레인에 머물면서 농작물 재배관련 일에 종사하다가 이달 4일 카타르를 거쳐 귀국했다. 이 남성은 중동 체류기간이나 입국 과정에서 낙타나 호흡기증상이 있는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레인은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없던 나라이고, 카타르는 최근 두 달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3번째 감염 환자가 확인되면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도 긴장하고 있다. 이 남성은 가족 외에 감염된 첫 사례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접촉 정도가 일상적인 수준을 넘어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같은 공간을 어느정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 전염 가능성이 커진다. 보건당국은 이 감염자의 이동경로에 따라 다른 환자나 의료진에 대해서도 전염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한국인 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21일 공항과 항만에서 중동지역 입국자에 대한 검역이 강화됐다.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입국객들이 발열 감시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6월부터 MERS 중앙방역대책반을 꾸려 국내 발생을 대비해왔다. 첫 환자가 발생하자 계획대로 입원치료격리병상을 가동했다. 환자 발생 직후 이 질병에 대한 관리체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21일에는 전문가회의를 열고 4단계 중 2번째로 높은 ‘경계’로 상향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경계’는 해외 신종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되고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된 상황이다. 최근 사례로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해 ‘경계’가 내려졌다.

또한 공항에서도 중동지역 입국자에 대한 검역이 강화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중동발 비행기 승객들이 내리는 탑승 게이트에 검역대를 설치해 바로 발열 검사를 하고 승객들에게 건강상태 유무를 묻는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중동과 왕래를 제한할 계획은 없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월 중동호흡기증후군을 두고 국가 간 여행·교역·수송 등을 제한할 사항은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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