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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라면 가봐야 할 이탈리아 유럽 명소

 



 

↑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독일 철도 패스로 찾은 이탈리아

방금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프란체스코 토티를 꼭 빼닮은 사내가 객차 안으로 들어섰다. 훤칠한 키에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칼, 그 아래 날카롭게 빛나는 눈과 우뚝 솟은 콧날, 강인한 턱선. 그는 AS 로마의 붉은색 유니폼 대신 군청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목을 쭉 빼고 쳐다보다 결국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는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쏘아보더니 이내 말문을 뗐다."검표하겠습니다." 이탈리아어였지만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제복 차림의 토티에게 반해서가 아닌, 내 손에 어불성설로밖에 보이지 않는 '독일 철도 패스'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실수는 아니다. 이 기차에 오르기 열흘 전부터 독일 철도 패스로 이탈리아 베네토 주 5개 도시를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적용 도시는 볼차노Bolzano(독일명 '보첸Bozen'), 트렌토Trento, 베로나Verona, 볼로냐Vologna 그리고 주도인 베네치아Venezia. 어디 그뿐인가.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인스부르크Innsbruck와 쿠프슈타인Kufstein도 들를 수 있다. 그래서 본래 계획된 일정은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부터 독일 남부 뮌헨까지 '낭만 도시 기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베네치아와 베로나에 매혹되어 거의 모든 일정을 이 두 도시에 쏟아 붓고 말았지만.모든 기차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철도청Die Bahn(DB)과 오스트리아철도청(OBB)이 운영하는 유로시티Eurocity(EC) 편만 가능하다. 그래서 베로나에서 인스부르크로 떠나기 전, 독일철도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베로나 포르타 누오바Verona Porta Nuova 역에서 떠나는 유로시티 편을 검색했다. 하루에 총 5편이 운행 중이고 인스부르크 중앙역까지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30분. 하지만 왠지 불안했다. 성미는 우리네처럼 급하지만 일처리는 중국인의 '만만디'를 닮은 이탈리아가 아닌가? 고작 열흘 전에 바뀐 사항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걱정이 됐다. 역시, 기차에 오르기 전 베로나 포르타 누오바 역의 티켓 창구에 좌석을 예약하러 가니 직원은 "독일 철도 패스는 독일에서나 쓰라"며 독일 국경 전 도시까지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힐난했다. "독일철도청 홈페이지에는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고 항변하니 "그럼 독일철도청에 문의하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위세에 눌려 좌석 예약도 하지 못한 채 나섰고 곧 출발 시간이 되어 자포자기하듯 기차에 올랐다. 조금 낡은, 우리나라로 치면 새마을호 급의 오스트리아 기차였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기차의 경우 좌석 위 선반께에 좌석 번호가 있고 예약 여부가 표기되어 있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초조히 검표원을 기다렸고 출발 후 20여 분 만에 그가 등장한 것. 나는 과도한 심장 박동에 얼굴이 벌개진 채로 독일 철도 패스를 건넸다. 딱 5초였다. 그는 티켓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망설임 없이 펀칭을 한 후 돌려주었다. 그러곤 "부온 비아조Buon viaggio!"(좋은 여행 되라는 이탈리아어 인사) 하며 윙크를 날리곤 유유히 자리를 떴다. 자, 이제 독일 철도 패스를 이용해 이탈리아 북부까지 맘껏 여행하시라.

 

 

↑ 독일 철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중앙역의 풍경. 역시나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서있다.


 

 

↑ 독일 철도

ICE 1등석에 타게 됬나? 그러면 1등석을 위한 간식도 나온다. (젤리)



 

 

↑ 독일 철도

칸막이를 두어 더욱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1등석. 같은 ICE라도 여러 세대 모델이 있어 인테리어가 사뭇 다르다.



 

↑ 독일 철도

하얀 눈이 내리던 베로나 포르타 누오바 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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