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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용헌 살롱] [960] 李太白 乘魚圖

blog오리진 2015. 2. 21. 03:42

[조용헌 살롱] [960] 李太白 乘魚圖


사람이 한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 죽기보다도 어려운 것이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비관적인 마음을 낙관적인 마음으로 바꿔야 한다.

  엊그제에는 서울 인사동 전시회에 갔다가 그림 한 점을 보고 마음이 환해졌다. 때로는 그림 한 장도 세상 풍파를 이기는 힘을 준다. 통도사(通度寺) 원로 성파(性坡·76) 스님의 '옻칠민화전'에 가보았다. 여러 가지 색깔의 석채(石彩)를 옻에 배합하여 우리의 전통 민화(民畵)를 재해석한 그림들이 있었다.

  그 민화 가운데 중년 남자가 해학적인 표정을 짓고 커다란 물고기의 등 위에 올라탄 그림이 눈에 띄었다. 수염도 약간 나 있고, 잠방이는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렸다. 윗도리는 붉은색인데 역시 팔을 걷어붙인 편한 복장이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허리띠는 바람에 펄럭인다. 선 채로 무릎을 약간 굽혔고, 두 팔은 무릎을 짚고 있다. 걱정 근심 없이 쾌활한 표정이고, 시야는 정면을 응시한다. 익살스럽게도 머리에는 나뭇잎을 하나 모자처럼 쓰고 있는데, 연꽃잎처럼 보인다. 그런데 맨발로 커다란 물고기 등 위에 올라타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 물고기는 잉어이다.

  커다란 잉어의 등 위에 올라탄 이태백(李太白)은 여유 있게 물결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다. 등 위에 올라탄 이태백의 맨발 옆에는 술병이 두 개 놓여 있다. 이 그림의 주제는 '이태백이 세속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림에 나타난 물결은 세상 풍파를 의미한다. 커다란 잉어이므로 세상의 물결을 수월하게 제치면서 나아간다.

  왜 이태백이 잉어를 타고 있는가? 잉어는 벼슬과 출세를 의미한다. '어변성룡(魚變成龍)'에서 '어'는 잉어에 해당한다. 용이 되기 전 단계이다. 만약 이태백이 용(龍)을 타고 있으면 제왕의 의미로 변한다. 잉어를 타고 있으니까 구속을 벗어난 자유인의 상징이 된다.

  이태백이 벼슬을 맨발로 누르고 있는 장면도 통쾌감을 준다. 잉어의 상징인 벼슬과 출세를 발로 밟고 있다는 것은 이것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와중에도 두 병의 술이 있지 않은가!

  이 그림의 원본은 경상북도 상주 남장사(南長寺)에 있는 벽화라고 한다. 그림 한 장도 마음을 밝게 해준다. 

조용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용헌 칼럼리스트가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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